숏폼 시대, 문제는 ‘영상’이 아니라 ‘습관’이다

짧은 영상 콘텐츠가 청소년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스마트폰 화면을 한 번 넘기면 곧바로 다음 영상이 이어지고, 자극은 끊기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요즘 아이들은 집중력이 줄었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숏폼 영상이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단정하기 전에, 무엇이 실제로 집중을 흔드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논의의 중심은 영상의 길이 자체보다 사용 습관과 환경에 놓여 있다. 미국심리학회(APA)는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둘러싼 문제를 전면 금지나 낙인으로 해결하기보다, 발달 단계에 맞는 보호 장치와 건강한 사용 습관이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특히 수면을 방해하는 사용, 주의를 반복적으로 끊는 사용 방식이 위험 요인으로 언급된다. 집중력은 머릿속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의가 끊기는 생활 패턴과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집중력’은 하나의 모양만 가진 능력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핵심을 찾아내는 능력도 집중의 한 형태다.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빠른 전환과 즉각적 반응에 능숙해질 수 있다. 문제는 학습 상황에서 요구되는 집중이 종종 다른 종류라는 점이다. 교과 학습이나 독서처럼 한 대상에 머무르며 생각을 이어가야 할 때는 주의를 오래 붙잡는 힘이 필요하다. 숏폼에 익숙한 생활이 곧바로 ‘능력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긴 호흡의 주의 유지가 덜 훈련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교실에서도 ‘산만함’은 체감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로도 관찰된다. OECD는 수업 중 디지털 기기 사용이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인으로 보고되며, 국가별로 그 빈도와 차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2024년 OECD 보고서 역시 수학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에 의해 산만해졌다는 학생 응답 비율을 제시하며, 학습 환경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숏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실·가정 전반에서 ‘주의가 끊기는 구조’가 얼마나 강한지와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숏폼은 집중력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2025년 공개된 연구에서는 숏폼 영상 이용이 더 높은 ‘부주의(inattentive) 행동’과 유의미하게 연관됐다고 보고했다. 다만 여기서 곧바로 “숏폼이 집중력을 망친다”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연구가 말하는 것은 ‘연관성’이며, 개인의 기질, 총 스크린타임, 수면, 스트레스 같은 변수가 함께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대목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집중력을 지키려면 ‘무엇을 보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보느냐’를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집중력은 사라지는 능력이라기보다, 환경에 적응하며 형태가 바뀌는 능력에 가깝다. 회복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속도를 늦추는 장치를 일상에 넣는 일이다. 자동재생과 무한 스크롤이 당연해진 환경에서, 사용자가 스스로 멈춤을 만들지 않으면 생각이 머무를 공간도 줄어든다. 이때 필요한 역량은 ‘의지’만이 아니라, 행동을 바꾸는 설계다. 알림을 줄이고, 공부나 독서 시간에는 기기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기고, 취침 전 화면 노출을 피하는 식의 조정이 대표적이다. APA가 수면을 위험 요인으로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국가와 국제기구는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흐름도 함께 다루고 있다. UNESCO는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이 학습을 분명히 지원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하며, 여러 교육 체계에서 규제가 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학교에서의 규칙은 사회가 ‘주의를 지키는 환경’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다. 다만 규칙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핵심은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사용 습관을 점검하고 조절하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숏폼 시대의 질문은 “보면 안 되나”가 아니라 “어떤 방식이 나를 흔드는가”에 가깝다. 하루 동안 스마트폰을 본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주의가 몇 번 끊겼는지, 화면을 끈 뒤에도 생각이 이어졌는지를 돌아보면 답에 가까워진다. 집중력은 화면 속에서 빼앗기기도 하지만, 화면 밖에서 다시 길러지기도 한다.

